문화방송 창사 61주년 기념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문화방송 사원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계열사와 자회사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창사 61주년을 맞게 되어 자랑스럽고 행복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님과 내빈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나 MBC를 믿고 응원해 주시며 MBC의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에도 뜨거운 사랑을 보내 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임직원을 대표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재작년 3월, 제가 사장에 취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지상파 방송의 생존을 위협하는 미디어 환경의 급물살 속에서 MBC는 대규모 적자와 경쟁력 하락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의 힘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취임사를 기억하시는지요. ‘우리는 강한 조직이지만 격렬한 전투 끝에 상처입고 웅크린 히어로처럼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숨겨진 힘을 보여주자’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로부터 2년 9개월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위기를 이겨냈습니다. 취임 첫해부터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작년에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도 만족할 만한 실적이 예상됩니다.
이러한 경영성과는 당연히 콘텐츠 경쟁력이 회복된 덕분입니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은 시청자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빠른 속도로 최상위 자리에 복귀했습니다. MBC 뉴스 유튜브 채널은 폭발적인 조회수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고, 전 세계 뉴스 채널 순위에서도 1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예능과 드라마, 그리고 각종 디지털 콘텐츠들 역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포맷과 내용으로 지상파는 물론 글로벌 OTT와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열리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은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시청자 천만 명 기록을 돌파하면서 스포츠 명가 MBC의 저력을 확실하게 입증했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뛰어 주신 사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작년처럼, 여러분과 이 성과를 나누고 비정규직 사원들께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공로상과 우수상 수상자들 외에도 특출한 성과를 낸 핵심 인재들은 별도로 격려할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MBC 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 어떻게 위기를 이겨내야 하는지 체득했습니다.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함, 선택과 집중, 그리고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에 투자를 더욱 확대하겠습니다. 올해 1,100억이었던 드라마 투자를 내년 1,500억으로 대폭 늘렸고, 예능과 디지털, OTT 콘텐츠에도 1,000억 이상 투자될 것입니다. 사내벤처 등 혁신적인 콘텐츠 사업을 꿈꾸는 젊은 사원들에 대한 지원도 계속될 것이며, MBC IP를 활용한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하나하나 진행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숙명인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감동과 즐거움을 드리는 콘텐츠는 기본입니다. 공영방송 MBC는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사회, 경제적 위기를 진단하면서 다양한 견해를 포용하고 조율하는 민주적 공론장의 역할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초고령화 사회와 인구절벽, 지방소멸 등 공동체의 위기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전문가들과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는 대형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라디오와 다큐멘터리, 유튜브까지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서 지난 60년간 시청자들이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하는 MBC의 모습을 보여 드립시다.
존경하는 MBC 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미디어 환경의 물살과는 다른, 또 하나의 거센 파도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 파도는 오직 국민만을 주인으로 섬기는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흔들려고 합니다.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힘을 모은다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방송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는 규제와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문화방송 사규에는 ‘사장은 방송과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부당한 외부간섭을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저는 뒤에서 채찍질하는 보스가 아니라 맨 앞에서 이끄는 리더가 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이번에도 굳건한 방파제가 되어 맨 앞에서 파도와 맞설 것입니다. 합리적인 비판은 수용하되 부당한 간섭과 외풍은 철저히 막아내겠습니다. 그것은 방송법과 사규가 사장인 제게 부여한 책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저와 경영진을 믿고, 우리의 주인인 국민을 믿고, MBC의 미래를 위한 힘을 모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