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반론,추후,팩트 보도문

PD수첩은 정론보도의 길을 계속 가겠습니다.

만나면좋은친구 엠비씨 2020. 2. 22. 21:35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며칠전 한국일보의 칼럼을 통해 ‘레거시 미디어의 종언’에 대해서 논평했습니다. 세상을 ‘호오’로만 판단해 일어나는 정신 퇴행의 위험성에 대해서 지적하고 대안 매체를 좇는 레거시 매체의 위기를 논한 뒤, 결론...적으로 당파적 보도가 일으키는 ‘진실 착각의 위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제입니다.

다만, 이러한 논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PD수첩’을 사례로 들면서 PD수첩이 ‘야바위에 가까운 날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교수는 JTBC의 신년토론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하였고 그 이후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계속 폈고, 급기야는 한국일보의 칼럼을 통해 다시 한 번 PD수첩에 대해 공격했습니다. 진교수가 자신의 논지를 주장하면서 PD수첩의 사례를 들었는데, 이는 올바른 사례도 아니며 또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어서 한번은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PD수첩은 지난 해 10월 1일 <장관과 표창장>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하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일에 조국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다루었습니다.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면서 이례적으로 소환 조사 없이 기소했습니다. PD수첩은 검찰이 당시 제시한 기소장이 어디까지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검찰발 기사 가운데 논란이 되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정경심 교수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혹은 표창장 위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진교수는 “PD수첩이 전문가를 내세워 존재하지 않는 원본 표창장에 실제 인주가 묻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고로 위조일 리 없다.’라고 주장했다”고 하나,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PD수첩은 먼저 이 사건의 유력한 증언자였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발언을 검증하였습니다. 최 총장은 ‘자신이 결재를 하지 않으면 표창장이 나갈리 없고, 일련 번호도 동양대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동양대에서 근무한 다수의 전직 직원, 조교들, 졸업생, 교수들에 따르면 사실과 달랐습니다. 또한 현재 동양대학교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현직 직원의 증언과 정황을 밝혔습니다. 복수의 위조판별 전문가들로부터 표창장의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 기관이 그 위조여부를 가리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기소장에는 정경심 교수가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고 나오지만 이것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보았고 또한 정경심 교수가 직인을 날인한 것이 아니라 “총장 직인 파일을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발 기사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로 검증했습니다. 9월 6일 당일 기소할 때의 기소내용과 다른 수사결과들이 검찰발 기사로 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습니다.


PD수첩에서는 “부모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받은 봉사상을 입시자료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경심 교수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이 사건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후보자의 부인을 기소한 사상 초유의 사건입니다. 언론이라면 당연히 검찰의 기소 행위에 대해서도 검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PD수첩은 당시 프로그램에서 “표창장을 포함해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의혹들은 여전히 수사 중입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죄가 있다면 그만큼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검찰의 1차 기소장이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위조 의혹의 실체적 진실은 향후 재판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문제의 1차 기소장에서 밝힌 ‘위조 방식, 시간, 공범여부’ 등 주요 내용을 변경하려다 재판부가 불허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재판 과정을 통해 검찰의 1차 기소장에 대한 판단이 조만간 내려질 것입니다. 또한 표창장 위조 의혹에 대한 검찰의 2차 기소 내용과 위조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도 밝혀질 것이라고 봅니다.

PD수첩은 지난 2년여 동안 미디어의 위기를 ‘신뢰의 위기’로 보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의 본령으로 돌아가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옴표 저널리즘’이나 ‘검증 없는 경마식 보도’를 지양해 왔습니다. 사실과 주장을 엄정하게 구분하고 공인과 공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실명보도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진영이나 국익이라는 논리에 갇혀서 진실을 가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저의 신념일 뿐 아니라, PD수첩 제작진들이 지난 30년간 지켜가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원칙입니다. PD수첩의 여러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치권력과 재벌 그리고 종교권력과 문화권력에 이르기까지 PD수첩에 성역은 없습니다.


진교수 또한 PD수첩의 시청자입니다. 시청자들이 저희에 대해 하는 어떠한 비판도 혹시 우리가 돌아볼 부분은 없는 지 겸허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그러나 PD수첩을 야바위라고까지 말하며 조작 방송이라고 할 때에는 논거와 사실이 정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 PD수첩에 대한 판단은 방송을 보는 시민들이 냉정하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