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가 문을 닫는 현상, 더 이상 농촌이나 중소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에서도 초, 중, 고등학교들이 계속 문을 닫고 있는데요.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해가 바뀔수록 줄고 있는 만큼 이런 '폐교 도미노 현상'은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졸업식 날을 맞은 서울 도봉고등학교의 모습은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습니다.
꽃다발을 든 학부모들이 잰걸음으로 학교 안으로 들어갔고, 졸업식이 끝나자 학생들은 졸업장과 꽃을 들고 걸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졸업 소감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이대관/도봉고 졸업생]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래 다녔는데…졸업하자마자 학교가 사라지니까 마음이 좋진 않네요."
도봉고는 지난해 신입생이 40여 명에 그칠 정도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결국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한때 300명이 훌쩍 넘는 신입생이 입학했던 이곳 도봉고등학교는 오늘 졸업식이 끝나면 학생 64명만 남게 됩니다.
서울의 일반고교 중 첫 폐교 사례입니다.
남은 졸업식은 단 한 번뿐입니다.
[이선아/도봉고 졸업생]
"후배들이 졸업을 축하해준다고 해줬는데…그 후배들은 다른 후배들이 졸업을 축하를 못 해주니까 슬픈 것 같아요."
[김한결/도봉고 3학년]
"저희가 고3을 올라가서 졸업을 하면 이제 이 학교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일단 거기에서 약간 좀 뭔가 슬픔, 그런 느낌을 많이…"
도봉고의 미래를 앞서 맞이한 학교들도 있습니다.
3년 전,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의 마지막 졸업식 모습입니다.
1993년 개교 후 첫 입학식 때는 10학급으로 출발했지만, 25년 뒤인 2018년 입학식은 3학급에 그쳤고 결국, 2020년 문을 닫았습니다.
[전 학교 관계자]
"학생 수가 적었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가 운영이 안 되죠. 젊은 아이들이 없어요. 당연히 학교에 학생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근처의 염강초등학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물론 사물함과 책걸상, 돌봄교실까지 그대로 있는데 학생들만 없습니다.
공진중과 같은 이유로 3년 전 폐교된 겁니다.
방치되던 학교 건물은 한때 경찰서 지구대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 금천구 흥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초·중학교 4곳이 문을 닫았고, 고등학교 2곳이 폐교 예정입니다.
지난달 마지막 졸업식이 열린 광진구 화양초등학교에는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이 같은 '폐교 도미노' 현상은 서울에서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서울의 초등학교 입학생은 사상 처음으로 6만 명 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이들이 태어난 2016년의 합계출산율은 1.17명.
하지만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2017년생의 경우는 1.05명, 2018년 출산율은 0.98명으로 1명 선마저 붕괴됩니다.
MBC뉴스 김태윤입니다.
출처:유튜브 MBC 뉴스 공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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