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지난 3월부터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두고 어처구니 없는 ‘국민제안' 절차를 진행했던 대통령실이 결국 대형사고를 쳤다. 지난 5일, 편향된 국민제안 결과를 빌미로 방통위와 산업부 등에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려 보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실시된 국민제안 절차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계정을 만들어 중복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신료 분리징수 등 민감한 정책적 사안을 다루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에 귀 닫은 채 권력의 방송통제 일념 아래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는 모양새다.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 사태는 어떠한 정책적·철학적 고민도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되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극 중 한 편이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 박성중 의원의 말마따나 ‘아직 하나도 못먹은' 공영방송을 ‘먹으려’ 드는 수작임이 분명하다. 공영방송에 대한 ‘수신료 겁박’이 거세어지던 지난 4월에는, 국민의힘과 유착된 KBS내의 기업별 노동조합이 성명서를 통해 “경영진이 교체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할 필요 없다"는 정부여당의 주문을 ‘실토'한 바도 있다. 권력감시의 언론 기능을 포기하고 정권 홍보 방송을 만들겠다는 시대착오적 몽니가 공영방송의 명운과 언론노동자들의 생존권, 더 좋은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 주권까지 전방위로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달 27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영방송의 국영화와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망발을 내뱉었다. 공영방송 수신료가 전 국민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특별분담금이라는 헌재 결정을 정면으로 무시하면서 “수신료는 수신료를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만 내야한다"는 포퓰리즘적 선동으로 애써 존재감을 지키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는 경남도지사 시절 무상 급식 보도를 문제 삼으며 1년 넘게 경남MBC의 취재 거부했고, 최근엔 대구시장으로서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한 점검성 보도를 빌미로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해왔다. 2017년 대선후보 시절에는 SBS 뉴스를 없애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가 방송에서 공개사과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언론 갑질’에 대한 저항으로써 취재 거부를 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갑질’은 ‘을들의 입’을 통해서만 폭로될 수 있다. 그의 행보들을 톺아보면 보수정당 대표 출신의 유력 정치인이자 현직 대구시장인 ‘갑 중 갑' 홍준표씨가 자기객관화가 안되는 인물이며, ‘언론’에 대해서도 퇴행적 인식 수준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수신료 분리징수 선동과 국영화, 민영화 발언이 어떤 맥락을 가지고 있는가는 뻔하다. 그는 권력자인 그를 감시하고 비판해 온 공영방송이, 권력의 나팔수 노릇하는 ‘어용’ 방송이 되어주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
공영방송은 언론이 모든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대명제를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수신료를 시민들이 나눠 부담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도, 국가 혹은 정치 권력이 직접 공영방송 재원을 쥐락펴락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압력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핀인 셈이다. 단 5년 간 국가 권력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윤석열 정권이 숙의없이 멋대로 이 안전핀을 뽑게 두면 그 타격은 수십 년 간 시민들이 구축해 온 민주주의 체제 전체가 입게 될 수 밖에 없다. 안전장치가 풀리면 권력이 공영방송을 제 손에 넣고, 마음껏 권력의 칼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언론노조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공정보도를 가로막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맞서 편집 - 편성권 쟁취를 위한 민주언론 수호투쟁”을 제 1강령으로 삼는다.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부당한 개입과 압박은 언론의 비판과 감시 대신 충성경쟁과 기만적 왜곡으로 공영방송을 이중대로 만들기 위한 횡포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미디어 공공성을 말하는 제 1강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행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우고자 한다. 마지막 경고다. 정권의 ‘어용방송’ 만들기 위한 수신료 분리징수 협박극을 당장 걷어 치워라.
2023년 6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폐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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