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원흉’ 이동관이 방통위원장? 차라리 방통위 해체하라
- 이동관 특보 방통위원장 추천설에 대한 언론노조 입장
겨우 이동관이었나?
집권 1년간 미디어·언론정책이랍시고 ‘언론통제’ ‘방송장악’만 내지르던 윤석열 정권의 마각이 드러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제(5월 31일) 대통령실은 ‘면직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이동관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단수 검증 후보로 올렸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체 방송판을 윤석열 정권의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인가. 이 정권의 후안무치의 끝은 어디인가.
이동관.
15년 전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실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로 변신해가며 KBS, MBC, YTN의 이사들과 사장을 끌어내려 방송 독립성과 언론자유를 짓밟았던 장본인이다. 보수 족벌언론 종편 허가로 방송시장을 황폐화했고,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함께 배후 설계자 역할을 톡톡히했다. 그 기간 동안 언론·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 지수는 날개 없이 추락했고,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되면서 한국 언론의 흑역사를 쓴 원흉이다. 석고대죄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모자랄 판에 이동관은 “언론인 해직은 정당하다”는 후안무치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악취는 가족사에도 진동한다.
몇 달 전부터 그가 방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면서 2011년 아들이 학폭 사건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부각됐다. 대통령실은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전례를 잊지 않았을 게다. 그럼에도 동일한 결격사유를 지닌 이동관을 추천한다는 건 국민 정서와 여론조차 무시하겠다는 거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방송통신위원장 수장에 최고 권력인 대통령의 현직 특보를 내리꽂는 짓은 과거 어느 정권도 감히 꿈꾸지 못한 폭거이다. 방송장악에 얼마나 몸이 달아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임기가 채 두 달이 안 남은 ‘방통위원장에 대한 위헌적 면직’ 역시 그런 조바심이 만든 무리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은 현 정권의 명운이 걸린 내년 총선과 무관하지 않다. 입맛대로 법률을 개정할 수 없고 미디어 규제 기관을 장악하지 못해 ‘한 자리도 못 먹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권은 공영방송과 언론사에 개별적인 압박, 취재거부, 소송 등의 치졸한 행태만을 반복해 왔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갑갑한 국면을 벗어나 언론 장악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이동관을 등판시킨 것 아닌가. 국회 과방위원장인 ‘윤핵관’ 장제원 의원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내세워 각각 입법-행정 투톱에 내세워 총선 전에 대한민국 방송 전체를 정권의 애완견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이동관이 이끄는 6기 방통위는 한국의 공영언론 현장을 피비린내 나는 살육장으로 만들 것이다. 당장 올해 YTN 민영화 강행에 따른 변경허가 여부와 KBS・MBC・SBS 및 지역민방의 재허가는 물론이고, 서울시 출연금 지원이 올해 말 마감되는 TBS에 대한 정책 방향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위중한 시기에 공영방송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방송장악 기술자 이동관을 임명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장악위원회’로 만들겠다는 고백인 셈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동관 카드를 만지작거릴 정도로 사리분별을 못하고 간이 커진 것은 그들과 같이 방통위의 정치화에 동조해 온 민주당의 책임을 짚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터인지 여야는 5명의 방통위원에 정치권 인사를 추천하는 부당한 관행을 만들어왔다. 여당이 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홍보수석 등 정치권 인사를 추천하면, 야당도 똑같이 전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추천하며 맞대응하는 유치한 다툼을 벌였다. 스스로 정치적 기득권을 내려놓고 전문성이 있는 외부인사를 추천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어야 할 민주당은 지난 3월 정파성이 뚜렷한 전직 최민희 의원을 방통위원 후보로 추천하며 기대를 저버렸다.
거대 양당체제의 정치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방통위는 합의제 독립기구로서 여야의 대리전이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체계 전반을 통찰할 역량과 미디어 공공성의 가치관을 확실히 갖춘 인물이 더더욱 필요하다. 더 이상 방통위를 양당정치의 하부구조로 놓고 제멋대로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재단하는 정치적 폭력이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공영방송 장악의 기술자이자, 현직 대통령 특보인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의 자리에 앉는 미증유의 사태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다.
언론개혁과 미디어 공공성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게 명백한 퇴행적 인사를 임명해 방통위를 ‘방송장악위원회’로 만드느니 차라리 방통위를 해체하라. 오히려 그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위하는 바른 길이다.
오만무도한 기세로 언론통제와 방송장악의 칼춤을 추고 있는 윤석열 정권은 언론자유의 헌법가치를 파괴했던 과거 독재정권의 말로를 되새기길 바란다. 화무십일홍이다.
2023년 6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폐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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