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공영방송 KBS와 MBC를 동시에 장악하려는 불법, 탈법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데 막상 언론보도를 보면 한가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방문진 이사장이 감사원에 소환됐는데 KBS와 SBS는 한 꼭지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SBS는 이웃집 불구경 중일 것이고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KBS는 왜 그러는 걸까요? MBC도 그저께는 방문진 이사장 소환 소식을 단신으로 맨 끝에서 다뤘습니다.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의 기초를 흔드는 반헌법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MB시절 공영방송이 장악된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보세요. 촛불이 없었다면 과연 정권이 교체됐을지도 의문입니다. 그 사이 얼마나 엄청난 민주주의 파괴가 저질러지고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임을 당했을까요?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자연만 생각하더라도요.
그런 일보다 더한 일들이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충분히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그것은 책임있는 언론으로서 의무입니다. 혹시라도 '우리에 대한 일이니 우리가 많이 보도하면 자사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는다'는 생각을 합니까? 그런 생각이야말로 민주주의 파괴를 방관하도록 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분당 흉기 난동이나 잼버리, 폭염 같은 사안들도 국민이 알아야겠지만 공영방송 장악 문제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우리 사회의 근본을 완전히 파괴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중요도로 따지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당당해야 합니다. 정면으로 윤석열 정권에 물으십시오. 지금 당신들이 역사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과 국민에 대해 떳떳한 짓을 하고 있는가하고요.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사실로 가득찬 이 반헌법적 사태에 대한 뉴스를 국민에게 충분히 제공하십시오. 이동관 씨가 과연 그의 말대로 KBS와 MBC를 BBC, NHK로 만들 사람인가, 아니면 윤석열의 괴벨스가 될 사람인가 심층 취재해서 보여주십시오. 설사 그 뉴스들이 사태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하더라도 기록으로 남아 언젠가 다시 민주주의를 되찾을 각성을 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
출처: 최승호 전 MBC 사장 폐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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